드라마 개요와 시청 계기
최근 아내와 함께 OTT 드라마 "나인퍼즐"을 정주행했습니다. 11화로 마무리된 시즌1을 완주하며 오랜만에 부부가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시대에 함께 앉아서 같은 화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포일러로 인한 아쉬움
하지만 정주행을 하려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르고 말았습니다. 괜스레 유튜브를 보다가 범인을 미리 알게 된 것입니다. 또 이런 실수를...하다니 정말 후회막급이었습니다.
확실히 이런 장르의 작품들은 범인을 모르고 봐야 제대로 즐길 수가 있을 겁니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긴장감이 고조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범인을 유추해가는 과정 자체가 이런 장르 드라마 시청의 핵심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가 추리한 범인이 실제 범인과 일치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이 장르만의 독특한 쾌감일 것입니다.
이런 짜릿한 과정을 스스로 망쳐버린 탓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아, 이 장면에서 저 사람이 범인이라는 걸 암시하는구나", "이 대사는 복선이었구나" 하며 결과를 알고 과정을 역추적하는 식으로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추리 드라마의 묘미를 절반도 느끼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개연성에 대한 의문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해서 드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범인을 알고 보게 되니, "범인이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극중 범인은 여러 피해자들을 스토킹?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며, 실제로 살인을 실행하기까지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범인 한 사람이 단독으로 수행했다는 설정인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우선 스토킹? 자체가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한 사람의 일상 패턴을 파악하고, 취약점을 찾아내며, 범행 시점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여러 명을 동시에 타겟으로 삼았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또한 실제 범행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모두 혼자서 통제하고 대응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상 어느 정도의 과장이나 비현실적 요소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리물의 경우 논리적 개연성이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의 아쉬움이 특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범인을 스포당한 것이 너무 컸네요. ㅠ.ㅠ)
김다미님의 배역 연기에 대한 엇갈린 감정
김다미님이 연기한 여주인공 '윤이나' 캐릭터에 대해서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제작진이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로 설정했다는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획일화된 캐릭터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윤이나의 몇 가지 행동들은 제게 불편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특히 나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반말을 일삼는 모습, 상대방이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태도 등은 '독특함'을 넘어서 '무례함'의 영역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캐릭터의 독특함과 매력은 분명 다른 개념입니다. 독특하다고 해서 반드시 매력적인 것은 아니며, 때로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윤이나의 경우가 바로 그런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다미님의 연기력 자체는 인정하지만, '윤이나'라는 배역에 대한 설정이나 연출 방향에서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러 아쉬움들에도 불구하고, "나인퍼즐"을 시청한 시간 자체는 의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같은 이야기에 몰입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소중했습니다.
요즘 같은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 시대에 부부가 함께 앉아서 같은 작품을 보고 토론한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범인을 두고 서로 다른 추리를 펼치기도 하고, 캐릭터들의 행동에 대해 각자 다른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런 소소한 대화들이 일상에 활력을 더해주었습니다.
맺는말
"나인퍼즐"은 제게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매력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겨준 드라마였습니다. 범인을 스스로 스포일러하여 재미 반감, 개연성 부족, 캐릭터 설정의 아쉬움 등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추리물을 볼 때 절대로 유튜브나 다른 매체를 통해 스포일러를 접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시즌2가 나온다면, 이번에 느꼈던 아쉬운 점들이 보완되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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